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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논단

이달의 책 "문딩이 아저씨"

작성자 : 관리자 조회 2422

첨부파일 : 첨부된 파일이 없습니다 등록시간 : 2019-02-09 13:07:26





이달의 책
, 문딩이 아저씨


 


개요 : 이장열박사 저, 20160915일 도서출판 아미고 발행, p. 192, 정가 15,000, ISBN 978-89-962329-0-2(3810)


저자 이장열 선생은 경북 고령에서 출생해 성장 후 공무원에 합격해 국방부, 문화공보부, 문화재청에서 35년을 근무한 후 명예 퇴직한 대쪽 같지만 부드럽고, 냉철한 판단이지만 따뜻한 사람이다. 저자는 수학에도 노력해 청구대학 법학과, 건국대 행정학과를 졸업한 후 고려대 교육대학원(한국학)에서 교육학석사, 그리고 고려대 대학원(문화재학)에서 무형문화재정책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멕시코 이베로아메리카대학에서 역사학 석사과정을 수료하고 스페인 교육문화부에 파견되어 발랜시아 유적지 발굴단에도 참여하였다.


본서는 저자 이장열선생의 수필집이다. 내용 중, 일부를 일별하면 다음과 같다.


- “텅 빈 들판에는 사람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다. 얼마 전만 해도 온 들판을 뒤덮고 있던 누우런 곡식들이 깜쪽같이 사라져 버렸다. 범인마저 오리무중이다. 짧은 가을해도 하릴없이 중천을 떠돌더니 인사도 없이 노을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이윽고 산사에 밤이 찾아왔다. 똑 똑 똑. 누가 왔나?”<“가을비중에서>


- “칙칙하던 진녹색 산야가 오늘은 누우런 황금들판이 되어 돌아와 내 조그만 서재를 환하게 비춘다. 볼살 통통한 손자녀의 얼굴도 황금빛이다. 비록 가진 것은 없지만 오늘은 갑자기 곳간이 가득찬 부자가 된 기분이다. 오늘은 추석이다. 아침에 햇곡식과 햇과일등 정성어린 제물들로 차례상을 준비하면서 왠지 마음이 바쁘다. 그리고 부모님 생각에 쏟아지는 눈물을 억제할 수 없다. 축복받은 이 아침에 죄많은 자식의 생전불효가 후회되어 운다. 제물을 차려놓아도 축나지 않고 불러도 대답없음이 서러워서 운다. 자식들만 바라고 사시다가 어느날 갑자기 훌쩍 떠나버리신 불쌍한 하늘을 향해 운다. 하늘이 하늘답고 땅은 더욱 땅답게 변해있는 이 좋은 계절에 다 쓸데없다.’ 하면서 저 멀리로 내빼버린 구만리 장천을 향해 운다. 그리고 고개 돌려 눈물을 감춘다. 울적한 마음을 수습하고 부모님의 은혜와 제사에 대하여 생각해본다. ”<“추석날 아침에중에서>


- “형만한 아우가 없다고 했던가/ 어질고 자상한 형님이 가셨다/ 어느날 미친개에게 물려온 어린 나를 보고는/ 단신으로 지개작대기를 들고 가서/ 사나운 늑대같은 그놈을 때려잡은 범때 소년!/ 그 형님이 내 곁을 떠나셨다./ 신작로 저 멀리서 구경하던 동네사람들, 비겁한 청년들/ 그제사 용감하게 달려가 숨진 그놈을 질질 끌고와서/ 집 마당 수양버들에 매달아 벗기고 삶아 동네잔치를 벌였다/ 형님이 없는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흐르는 촛불을 홀로 지킨다/ 한없이 아쉽고 허전하고/ 멍하기만 한 지금!” <“형님의 영전에서에서>


- “멕시코에서 우기(雨期)인 요즈음은 거의 매일 한 차례씩 비가 내리고 하늘은 찌푸려 있는 날이 많다. 덕분에 공기는 한결 맑아져서 그동안 공해에 찌들어 있던 가로수와 사람들의 얼굴에도 생기가 돈다. 요전에는 빈 화분 하나에다 서울에서 보내온 뚝섬 적축면 상치라고 씌여있는 상치씨앗을 뿌려놓고 정성들여 물을 주었는데 오늘 보니 제법 엄지손가락 길이만큼이나 자라 있었다. 급한 김에 오늘은 그것을 모두 뽑아서 정성들여 씻어 담아놓으니 제법 너댓 쌈은 되었다. 색깔도 자색을 띄고 있어서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서울에서 보내온 귀한 고추장으로 한 쌈을 싸서 입에 넣으니 입안 가득히 고향의 향기가 감돈다. 그리고 밀려드는 향수에 목이 메고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이윽고 그것은 남빛 제비의 날개를 타고 태평양위를 훨훨 날아 먼 고향, 어릴 때의 추억 속으로 되돌아간다. ” <“향수에서>


- “누가 이렇게 신기한 작품을 만들었을까? 톡 터질 것 같은 영롱한 루비를 촘촘히 깔아 박고 그 위에 조심스럽게 박사보자기를 덮고, 또 그 위에 아름다운 루비... 이렇게 깔고 덮기를 여러 번, 둥글게 둥글게 뭉쳐 만든 그라나다(granada)! 던지면 곧바로 알알이 붉은 파편이 터져 나올 것만 같다. 그라나다는 스페인어로 수류탄이라는 뜻인데 동시에 석류를 의미하기도 한다. 묘한 이름만큼 생김새도 신비하다. 단단히 묶어싼 겉가죽을 벗기고 석류알을 후빌 때만은 그 시끄럽던 아블라도르(서반아어로 말많고 시끄러운 사람을 뜻함)들도 조용해진다. 그리고 감탄한다. 석류를 후비며 나는 조물주의 창조의 신비를 훔쳐보는 것 같아서 가슴이 두근거린다. 그의 보물상자를 훔치는 것 같아 얼굴이 붉어진다. 그리고 입속에서 알알이 터지는 새큼한 향기에 눈이 게슴프레 해진다. 이는 분명 고향의 향기다. 그 맛이다. ” <“석류알을 후비며에서>


- “벳사메 무초라는 우리에게도 귀에 익은 노래가 있다. ‘벳사메 무초’(Besame mucho)라는 말은 서반아어로 내게 많이 키스해 줘라는 뜻이다. 하긴 그들의 애정표현은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노골적이다. 차라리 공원 같은 데서나 끝냈으면 하지만 그들의 애정표시는 점잖은 우리들의 생각과는 전연 다르다. 신발신고 안방이나 침대나 아무 곳이나 오르는 생활처럼, 에스컬레이터 계단 위, 식당 문 앞, 지하철 밴치, 객실안, 항공기안, 길거리, 그것도 특히 혼잡한 중앙대로의 인도에서 까지 진한 키스에 열중하는 것을 보면 너무 심하다는 생각마저 들 때가 있다. 이들이 대로에서 하는 애정표시는 다른 나라보다 멕시코가 좀 더 심한 것 같다. 좀 과장된 표현을 하자면 이들은 그저 레스토랑에서 맛있는 음식 먹고 백화점에 가서 물건 사고, 그리고 키스나 하려고 태어난 사람들 같다. 그저 아무데서나 사람들이 옆에서 보건 말건 혀를 빼서 날름거리기도 하고 여기서도 쪽!, 저기서도 쪽!, 북한 사람들 말씨로 그저 주둥이 박치기들 뿐이다. 그러나 이들의 애정행각은 결혼 전 처녀총각들 만의 전유물인 듯, 결혼한 사람들은 거의 하지 않는다고 한 아주머니는 말했다. 특히 노인들에게서는 애정도 식었는지 그런 모습은 전연 볼 수가 없다 . <“벳사메 무초에서>


- “전에 아베니다 우니베르시닫(Av. Universidad)에 있는 아파트에서 살 때 일인데 우리와 문을 마주하고 있는 아파트집에서 아침에 개초상이 난 것을 본 일이 있다. 아침에 젊은 뽀르떼로(관리자)를 만났을 때 그는 우리 앞집에서 울고불고 난리가 났다고 말해 주었다. 아파트 문을 마주하고 있는 앞집은 큰 개 한 마리를 집안에서 기르고 있었는데 이날 아침에 아파트 문을 열자말자 갑자기 아파트 문을 박차고 뛰쳐나가 바로 옆에 있는 아베니다 우니베르시닫(Av. Universidad) 대로에 뛰어들어 지나가는 차에 치어 죽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가족 전체가 울고불고 난리가 났다는 것이었다. 아는 처지에 그냥 있을 수가 없어서 문을 두드려서 그 집 젊은 세뇨라(아주머니)를 보고 개가 죽어서 어떻게해!” 하고 위로의 개 문상을 했다. 문을 연 주인여자는 눈 주위가 약간 상기되어 있었고 말라붙은 눈물자국으로 얼굴마저 푸석푸석 했다. 내가 좋은 말로 위로를 하자 그녀는 또다시 슬픈 표정을 지으며 개의 죽음을 아쉬워했다. 구두로 문상을 끝낸 후, 그렇게나 개에 대한 정성이 지극한 가족이니 죽은 개의 초상을 어떻게 치를 것인가 하는 것이 궁금해졌다. 나는 개주인이 장의사를 불러와서 시신을 값비싼 수의에 싸서 영구차에 싣고 심심산중 양지바른 명당터에 묻어줄 것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개를 추모하는 시비라도 세워 줄 준비를 하고 있지나 않을까 하고 추측해 보았다. 그래서 또다시 츄초에게 죽은 개는 어디 있느냐고 물어보았다. 대답은 간단했다. ‘바수라’(쓰레기통에) 였다. ” <“개팔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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