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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문화재,위조예술품

작성자 : 관리자 조회 240

첨부파일 : 첨부된 파일이 없습니다 등록시간 : 2021-01-18 07:16:25


https://www.opiniontimes.co.kr/news/articleView.html?idxno=81170

 

가짜 문화재, 위조 예술품

[편집자주 : "작년 말, 일본의  노벨 의학 수상자가 중국 우한 연구소에서 근무했었다"는 가짜뉴스가  영어표시로 퍼지더니, 제2의 히딩크, 베트남의  축구영웅으로 추앙받는 박항서 갑독의 연봉이 삭감됐다는  가짜뉴스가 한때  있었는데  며칠전 귀국한 박 감독이  그  유투버 가짜다! " 라고  웃으며  밝히면서  국민들을 안심시켜 주었다 . 가짜뉴스를 퍼나르면  명예훼손으로  민형사상 엄중하게 처벌 받는다.  문화재와 예술품을 포함, 가짜가 유행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고 양심과 도덕의 문제이다.]

 필자가 현직에 근무하던 어느날 문화재관련 잡지 발행인 이모씨의 사무실을 찾았을 때였다. 그는 “마침 잘 왔다”면서 표구된 그림 한점을 내놓았다. 얼른 보아도 눈에 익은 혜원풍속도에 나오는 “단오풍정(端午風情)”이었다. 그런데 그것이 가짜라고 했다.혜원 신윤복의 진본 풍속화첩은 1930년에 간송 전형필(全鎣弼)이 일본 오사카(大阪)의 골동상에서 구입해 와서 새로 표구할 때 오세창(吳世昌)이 표제와 발문을 쓴 것으로 국보 제135호(“申潤福筆風俗圖畵帖)”로 지정되어있다. 그가 내놓은 그림은 얼른 보기에는 오래되어서 퇴색된 것처럼 보였으나 실은 인쇄본이었다. 

그런데 모든 인쇄물은 미세한 점(주사점)들로 이루어져 있어서 배율이 큰 돋보기로 확대해 보면 무수한 점들이 나타난다. 이런 인쇄본을 진본처럼 속이기 위해서는 점들을 제거해야 하는데 그 방법은 폐파로 닦아내는 일이다. 그러나 심하게 닦으면 점들과 함께 그림도 없어지기 때문에 그렇게 까지 할 수는 없다.실제로 배율 높은 돋보기를 그림 위에 갖다 대자 여기저기서 점들이 희미하게 나타났다. 고서화를 취급하는 사람들이 확대경을 소지하고 다니는 것이 그런 이유다. 매도자를 불러서 따졌더니 자기도 몰랐다면서 환불해주겠다고 약속을 했기 때문에 손해는 없지만 자기 명예에 먹칠을 당한 기분이라고 했다.문화재의 위작과 모작, 개작 등의 사기는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역사상 어명이나 황제의 칙서까지도 위조하여 행사하는 일도 드물지 않았다. 서화감정의 경우, 작자의 화풍이나 필법을 살피는 일은 전문가들의 분야이고 비전문가들은 의례적으로 서명과 인영을 살핀다. 

그런데 요즘에는 인장도 컴퓨터로 똑 같이 조각이 가능하고 서명마저도 오랜 연습 끝에 스승의 서명을 제자들이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위조할 수도 있다. 고서화가 아니더라도 작가의 명성에 따라서는 수억대를 호가하는 요즘에는 돈을 목적으로 한 그림의 위ㆍ변조는 생존 작가들의 것이라고 해도 예외가 아니다.      1970년대에 있은 장(張)모여인의 신안앞바다 해저유물 매수사건과 관련하여 장(張)여인에게 각종 고서화 등의 유물을 사도록 권유한 자칭 전문가 김모라는 사람의 집에서 역사적 인물이나 작고 또는 현존 유명인사들의 인장 약 800개 정도가 나온 바도 있다. 마침 그때 설경산수로 유명한 심향 박승무 선생의 똑같은 설경그림 5-6점이 한꺼번에 나왔다.

필자는 종로경찰서 형사 2명과 함께 대전의 심향(深香) 박승무 선생을 방문한 바 있다. 당시 심향 선생은 조카 이모씨집에서 말년을 보내고 계셨다. 때마침 그 자리에는 소나무 그림으로 유명한 남농 허건선생이 건강한 모습으로 여제자 두, 세명 정도와 같이 와 계셨다. 방안에서 여러 사람이 지켜보는 가운데 형사들은 설경 그림을 방바닥에 펼쳐놓고 “이 그림이 선생님이 그리신 그림이 맞는지 확인 좀 해주세요” 했다.  선생은 꼬부라진 몸을 하고 방바닥에 손을 짚은채 그림들을 살폈다. 그리고 중얼거리듯이 “그렇게들 많이 해 먹는 모양이야” 했다. 그렇게 한동안 살펴보던 선생은 “난 당췌 모르겠네”하고 그림들을 슬며시 밀어 버렸다. 이렇게 되니 형사들은 “아, 선생님 그림인지 아닌지를 모르세요? 선생님이 모르신다면 누가 알아요?” 하고 핀잔을 주었다. 사태가 이렇게 되자 맞은편에 앉아있던 남농 선생이 다가 앉으면서 “아, 형님 그림을 형님이 몰라요? 하고 나섰다.
그림 말미에 있는 심향선생의 호(深香)와 인영을 찬찬히 살핀 남농 선생은 “이거 형님그림 맞네요. 글씨가 형님 글씬데” 했다.결국 형사들은 아무 소득 없이 돌아갔다. 평생을 그림을 그렸어도 자기 그림이 얼마에 팔리는지도 모르고 살아온 선생이 알고도 모른척 했는지 아니면 진짜 몰랐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선생은 “그림쟁이”가 아니었기에 돈을 모르셨다. 그저 온 세상을 하얗게 놔두고 흑백 명암으로만 눈덮힌 꿈의 세계를 그리셨으니 자신의 말마따나 “물감값이 없어서” 그렇게 그렸다는 농담마저 순박하게 들린다. 국전심사과정에서의 문제점을 보고 국전에도 참가하지 않고 평생을 재야에서만 지냈기 때문에 제자도 별로 없었다. 이렇듯 작가 자신도 자기 그림인지 확인하기가 어려운 위조수법은 특히 제자들이 돈벌이 목적으로 남발한 그림일 경우에는 필법과 화풍이 비슷하기 때문에 구분하기가 쉽지가 않다. 돈에 눈이 어두운 화가의 경우 제자에게 그림을 그리게 하고 거기에 자기 도장을 찍어 팔아먹는 소위 “도장장사”도 있다고 하니 어느 것이 진짜 작가의 그림인지 구별도 어려운 일이다.자기 자식 같은 그림을, 타인의 배를 빌어서 낳게 한 그림들이 얼마나 많을까? 한 지인은 화랑업계와 결탁한 위조도 있다고 했다.심향 선생은 자기 그림을 몰라보셨지만 서양화가 천경자선생은 자기 그림을 확실하게(?) 알아보았다. 고 박정희대통령을 살해한 김재규의 집에 있었던 “미인도”에 대해서 그는 자기가 그린 그림이 아니라고 하면서 한 세대에 가까운 논쟁과 소송으로 이어졌다. 천경자씨는 “자기 자식인지 아닌지 모르는 부모가 어디 있습니까?” 하면서 머릿결의 색깔, 머리위의 꽃, 어깨 위의 나비 모양, 작품 사인과 연도 표시 등이 상이함을 들어 가짜라면서 나는 “내가 낳은 자식을 내가 몰라보는 일은 없습니다.”라고 단호히 말했다.  
소송도중에 그 그림을 그렸다고 한 자도 나타났다. 프랑스에서 감정한 결과도 가짜라고 했는데도 작가 사후에 판결로 진품이라고 확정되었다고 한다. 작가가 자기 그림이 아니라고 해도 판사가 “아무리 그래도 네 그림이 맞다”라고 한다고 끝나고 말 일인가?이게 모두 예술품을 돈으로 생각하는 사람들 때문에 일어나는 사회상이다. 어느 수장가는 “진부에 개의치 않고 마음에 들면 산다”고 했다. 재산으로서 예술품이 아닌 예술로서의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예술을 돈으로 감상하는 사람은 예술을 모르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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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대학원 문학박사(문화재학, 민속학전공)
●現, (사)한국전통문화진흥원 이사장
●前, 성균관 석전교육원장
●前, 서울특별시 문화재위원회 제3분과위원장
✿홍조근정훈장, 대통령표창 등 다수
●저서,『한국 무형문화재 정책, -역사와 진로-』
●저서,『한국 무형문화재 정책, -역사와 진로-』
●저서,『문딩이 아저씨』(수필집, 2016년)
●저서,『삿갓영감의 세상보기』(수필집, 2018년)

출처 : 오피니언타임스(http://www.opiniontimes.co.kr)
[오피니언타임스= 칼럼니스트  이장열]
<입력 2021.01.11 09:55>
https://www.opiniontimes.co.kr/news/articleView.html?idxno=81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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